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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드] 술 먹다 스킨십하는 로그

IllillIll 2018. 1. 28. 19:16

160803 술 먹다 스킨십하는 로그 (with. 아일렉시온)

 

 

   아일렉시온은, 돌연 벌떡 일어났다. 자연히 모두의 고개가 그 쪽으로 돌아갔다.

 

   “열 시입니다. 주무실 시간입니다.”

 

   ? 이제 막 세 번째 잔을 입 안에 털어 넣으려던 제이드는 아일렉시온에게 대뜸 팔을 붙들려 엉거주춤 일어났다. 취기가 오르려다 말아서, 하마터면 벌렁 넘어질 뻔 했다. 아니, 잠깐. . 어딜 가신다고요? 무슨 시간? 좀처럼 드문 조합에 주변인들의 웃음이 산란하게 터졌다. 간신히 손을 뻗어 멀어져가는 테이블 위에 잔을 올려두었다.

 

   “집에 돌아가셔야지요.”

   “갑자기 이 밤중에 탈영을 권유하시다니, 세상에. 죄송하지만 너무 갑작스럽네요.”

 

   그 사실을 알면 우리 단장님께서 상당히 서운해 하실 겁니다. , 서운해 하시다 못해 최소 태형을 선고하시겠죠. 다시는 그런 마음을 먹지 못하게 말입니다. 흠씬 두들겨 맞고며칠은 못 걷다가그럼 식사 때마다 아들한테 업혀서어쩌구저쩌구. 아일렉시온은 무어라 떠들어대는 제이드를 정중히 무시했다.

 

   “모셔다드리겠습니다.”

 

   , 걸어서요? 야아. 신난다. 우리가 좀 더 부지런해지면 이번 달 안에는 도착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차마 라누아 저택이 여기서 마차를 타고 사흘을 꼬박 달려야 한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지적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라누아 경! 렉시 경을 잘 챙겨주세요. 부탁해요!”

 

   아일렉시온 지볼트는 취해있는 상태였으니까. 제이드는 휘청휘청 저를 끌고 앞서가는 기사를 떨떠름하게 바라보았다. 아직 더 즐길 수 있었는데. 어쩌다. 이렇다 할 표정도 없어 겉으로 보기에는 누가 보아도 심히 멀쩡한 모습이었다. 지나치는 사람들마다 둘을 알아보며 웃음을 참았다. 터덜터덜, 결국 제이드는 아일렉시온이 쥔 한 쪽 팔을 앞으로 쭉 내민 채 연회장을 나왔다. 현악기가 아름답게 어우러져 연주되는 소리와 현란한 샹들리에 불빛과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대신 어느덧 둥실 뜬 달이 두 사람이 가는 길을 밝게 비추어주었다. 밤공기는 열기가 식어 상쾌하고 희미하게 들리는 여름 벌레 소리는 방울을 잘게 흔드는 소리처럼 들린다.

 

   “어디 가십니까?”

 

   아일렉시온의 그림자를 밟으며 걷던 제이드가 웃을 듯 말 듯, 먼저 입을 뗐다.

 

   “…… 로열 글라디우스 숙소로 모셔다 드리고 있습니다.”

 

   . 그거 참 다행이군요. 저는 또 정말 집까지 가는 줄 알고. 씩 미소를 띠며 보폭을 조금 넓혀 가까이 따라붙었다. 방금 전까지는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질질 끌려가는 모양새였으나 이제는 길을 잘 알아 한 발 앞서가는 이가 있는, 동행을 하는 정도로 보였다. 다만 이쪽은 숙소에 바로 도착하는 길이 아니라 외곽을 따라 꽤 도는 길이다. 그러나 제이드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굳이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 요즘 제 팬은 그만두셨나봐요. 아일렉시온이 술에 취하지 않았다면 듣자마자 당장에 검을 뽑았을 것이다.

 

   “……하아.”

 

   지금은 비이성적으로 검을 뽑는 것 보다 한숨을 쉬는 쪽을 택했다.

 

   “훈련은잘 참석하고 계시는 겁니까.”

 

   뜬금없이 튀는 발화에 제이드는 어하고 머뭇거렸다. 그러자 아일렉시온이 걸음을 멈추지 않고 돌아본다. 왠지 동정하는 것 같기도 하고, 측은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한심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묘한 표정이었다. 훈련은 꾸준히 참석해주십시오. 점잖은 일침이 가해지자 얼떨결에 예에, . 하고 대답해버렸다. 정비도 꾸준히 하시고. 도박과 여자는 멀리하시고. 절도는 범죄입니다. 사기죄는 무겁습니다. 이쯤 되면 아일렉시온이 평소에 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알 만 했다. 함부로 담을 넘지 마십시오. 불필요한 폭력은 없어야 합니다. 남을 쉽게 배신하지 마십시오. 신뢰로부터 모든 것이 출발합니다. 전례에 참석하실 때는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참석해 주십시오. 괜히 예물함에 손대지 마시고, 푸훗. 으하하. 제이드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듣고 계실 거라고 믿습니다.”

 

   . 물론 경청 중에 있습니다, 지볼트 경. 아일렉시온은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덤덤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허가되지 않은 출타는 법도에 어긋납니다. . 알고 있습니다. 거짓말로 사람을 혼란케하면 안됩니다. . 알고 있습니다. 지나친 사리사욕은 반드시 문제가 됩니다. . 알고 있지요. 다 본인이 하는 대로 돌아가는 겁니다.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음주는그러고 보니 신기하게 경이 폭음을 하는 건 본 적이 없습니다. 아아. 제가 술에는 조금, 그래서 조절하는 편입니다. 아일렉시온이 한 쪽 눈썹을 꿈틀거렸다. 다른 것도 그렇게 좀 조절하십시오. 제이드는 은근히 시선을 피했다.

 

   “지볼트 경은 제가 그렇게 걱정스러우셨습니까?”

 

   다분히 웃음기가 어린 말이었다. 휘적거리며 앞서가던 아일렉시온이 우뚝 멈춰 섰다. 비틀대는 것을 발견하고 제이드가 얼른 부축했다. 저기, . 괜찮은 거죠. 그에게 그럭저럭 기댔던 것도 잠시, 탁탁, 아일렉시온은 바로 서서 아무렇지도 않게 옷매무새를 다듬는다. 그리고 표정 한 점 없는 얼굴로 그를 마주보았다. 눈을 둥그렇게 뜬 제이드는 마찬가지로 멀뚱멀뚱 아일렉시온을 쳐다보았다. 토닥토닥. 먼저 등을 다독이고,

 

   슥슥. 아일렉시온은 손을 들어 제이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직하게 사십시오.”

   “…… ……?”

 

   그는 이게 도통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잘 되지 않았다. 하아아. 한편, 아일렉시온은 긴 한숨을 쉬었다. 얼굴에는 아까와 같은 표정이 떠올라있었다. 왠지 동정하는 것 같기도 하고, 측은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한심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묘하기 그지없었던 그 표정이. 바젤께서는, 어쩌다. 문장을 끝맺지 않고 말끝을 흐렸다. 어쩌다, 어쩌다가 뭡니까. 어쩌다 이 따위 것을 지상에 내리셨냐는 말씀이지요, 지금? 제이드는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고 그 말을 삼켰다. 아하하. 영혼이 없는 어색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거기서 한참을 더 걸었다. 아일렉시온이 중간에 길을 한 번 더 헤맸기 때문이다. 제이드가 은근슬쩍 유도하지 않았다면 해가 뜰 때까지 숙소를 빙빙 돌 뻔 했다. 아일렉시온은 그를 긴 시간 끌고 다닌 끝에 마침내 로열 글라디우스 기사단이 쓰는 숙소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감동적인 여정이었습니다. 그는 신랄하게 평했다. 하지만 여전히 팔이 붙잡힌 상태였다. 아일렉시온은 푸른 깃발이 휘날리는 건물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

 

   잠자코 기다리던 제이드가 먼저 불렀다.

 

   “숙소에 들어가시면……

 

   바로 눕지 마시고 세면을 하고 주무십시오. 아니, 저 되게 깔끔한 편이거든요. 세면 정도가 아니라 말씀하시지 않아도 전신 목욕을 할 예정이거든요. 즉시 항의가 들어왔다. 괜히 이것저것 하다가 새벽을 넘기지 마시고 주무셔야합니다. 늦게 주무시면 키가, 크지 않습니다. 키가 크지 않으면, 열매를 따서 먹을 수 없고, 열매를 따먹을 수 없으면, 배가 고파서, 짜증이, 짜증이 나면, 사람들에게 피해를, 그것은, 도덕적으로, 매우, 특유의 좋은 목소리가 아무런 말들로 마구 낭비되고 있었다. 그 광경을 견디다 못한 제이드가 아일렉시온에게 돌아서서 더 이상의 진행을 제지했다. 아아아.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자아.

 

   “경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지볼트 경.”

 

   그가 저를 여기까지 끌고 온 아일렉시온의 손을 끌어당겼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마디진 손가락 끝에 짧게 입맞춤을 했다.

 

   아셨죠? 아일렉시온은 대꾸 없이 손가락 끝을 응시했다. 움직이려고 하자 그것은 당연하게 움직인다. 제이드가 잡고 있었던 손을 쉽게 놓아주었다.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일렉시온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숙소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가 다시 닫을 때까지 그는 아일렉시온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럼 안녕히 들어가십시오. 지볼트 경. 내일 봅시다. 담백한 인사였다. 아일렉시온은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미련 없이 뒤를 돌아 걸음을 떼었다.

 

   우당탕. 반면에 까마귀는 재빨리 제 방으로 뛰어올라가 창문을 열었다. 취중에 만났던 인도자는 아직 멀리 가지 않았다. 녹빛이 도는 회갈색 머리가 또렷하게 보였다. 창틀에 발을 딛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밖으로 몸을 가볍게 빼냈다.

 

   “흐음. 이래서야 우리 지볼트 경께서 잘 들어가시려나요.”

 

   그는 또 한 번 아일렉시온의 뒤를 천천히 따르기로 했다.

   이번에는 부디 들키지 않고. 잔소리는 딱, 한 번이면 족하다.